⚔️ 다빈치 로봇, 정말 이길 수 없을까?

복강경이 살아남는 방법 💪
"교수님은 이제 로봇만 하신다고요?"
지난주 화요일 오후, 외과 병동을 나오며 들은 말입니다. 복강경 제품 데모를 위해 한 달을 준비한 미팅이었는데, 담당 과장님의 첫 마디가 바로 이것이었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준비한 자료는 무용지물이 된 듯했고, "그럼 저는 뭘 팔아야 하죠?"라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어요.
이런 상황, 혹시 경험해보신 적 있나요?
실적 회의에서 "다빈치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보고할 때.
병원 로비에서 '로봇수술센터' 현수막을 볼 때마다.
의료진이 "요즘은 다 로봇이라..."며 웃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질문이 떠오르죠.
"그럼 나는 이제 뭘 해야 하지? 복강경은 정말 끝난 걸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 다빈치가 강력한 건 맞지만, 복강경에게는 여전히 견고한 자리가 있거든요.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그림이 있어요.
📊 숨겨진 진실: 숫자로 보는 현실
정말 모든 수술이 로봇으로 바뀌고 있는 걸까요?
데이터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의 매출은 분명히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2020년 1,474억원에서 2024년 2,529억원으로 71% 증가했거든요.1 언론에서 "로봇 수술의 시대"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전체 수술 현장를 보면 다른 그림이 나와요.
로봇 수술은 계획된(elective) 고난도 케이스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지만, 일상적인 수술 현장에서는 여전히 복강경이 주축을 이루고 있거든요.
특히 응급 상황이나 야간 수술에서는 셋업 시간과 접근성 때문에 로봇보다는 즉시 수술이 가능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죠.
더 중요한 건 매출 성장과 실제 수술 건수 사이의 간극이에요. 로봇 수술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한 건당 수가가 높기 때문이지, 전체 수술 건수에서 로봇이 복강경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의미는 아니거든요.
🤔 왜 로봇이 모든 걸 대체하지 못할까?
잠깐만요.
로봇의 강점은 분명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도 있어요.
병원 경영진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하는 말이 있어요.
"로봇은 병원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창구고, 복강경은 매일 돌아가는 병원 운영의 기본이야."
이 한 마디가 전체 상황을 요약해주더라고요.
로봇 수술의 현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
시간적 제약이 첫 번째 이유에요. 로봇 수술은 셋업부터 수술 완료까지 복강경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하루에 할 수 있는 수술 수가 제한적이죠.
응급 상황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어요. 토요일 새벽 3시에 응급 환자가 들어오면? 대부분 복강경으로 들어갑니다. 로봇 셋업할 시간도 여유도 없거든요.
비용 접근성도 큰 벽이에요. 로봇 수술은 비급여라 환자의 선택에 제한이 있어요. 복강경은 급여 적용을 받는데 말이죠.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로봇수술 증가 정체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건강보험 미보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2
반면 복강경 수술은 40년 가까운 임상을 기반으로 안정성, 장기 생존을 입증하고 있어요. NEJM에 실린 COST study가 대표적인 예죠. 로봇 수술도 20년 이상 자료를 쌓고 있지만, ‘초장기(Long-term) 추적 데이터’는 아직 복강경이 더 풍부합니다.
결국 복강경은 여전히 보험이 적용되는 표준치료이며, 전 세계 수술 건수의 절대 다수를 차지해요. 보험 보장성, 일상적 효율성, 환자 접근성이라는 강점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럼 복강경은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아니에요. 여기서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뺏기지 말고, 먼저 나누자
답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시장을 먼저 나누는 것.
지금까지는 로봇이 복강경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복강경이 수동적으로 밀려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발상을 뒤집어보세요.
"복강경이 먼저 적극적으로 시장을 구획하고, 로봇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복강경의 시장을 지켜내는 전략"입니다.
"로봇이 이미 하고 있는데 뭘 나누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에요.
로봇 수술의 영역을 우리가 먼저 정의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 외 영역은 자연스럽게 복강경의 정당한 몫이 됩니다.
수술별·난이도별·응급 vs Elective(계획) 구분을 명확히 해보세요 :
- 로봇 = Elective(계획) 고난도 수술 + 병원의 전문성 창구
- 복강경 = 표준·응급·고빈도 수술 + 병원의 운영 · 의료진의 시간 · 환자의 접근성
울타리를 먼저 치고, 절대 다수 수술은 복강경이 병원 운영에 더 이롭다는 점을 근거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까요?
📦 Action Plan — 시장을 먼저 나누기
- 데이터 구획: 수술 난이도·응급 여부별로 세분화.
- 메시지 표준화: “로봇은 전문성 창구, 복강경은 운영의 기본”이라는 한 문장을 영업팀 공용 언어로 설정.
- 교육 연계: 전공의·전임의 교육에서 복강경을 “로봇으로 가는 사다리”로 포지셔닝.
- 케이스 스토리 발굴: 응급·야간·고빈도 케이스 사례를 모아 “로봇이 못 들어오는 빈자리”를 실증.
- 경제성 모델링: “로봇 1건 vs 복강경 ㅇㅇ건”의 병원 운영 상, 차이를 재무 언어로 설명.
👉 시장을 먼저 나누는 전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메시지·교육·스토리·경제성 다섯 가지 축으로 실행할 수 있어요.
이 울타리를 먼저 세우는 것이 곧, 복강경 시장의 자리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고요.
💡 복강경 시장 내부의 진짜 싸움
시장을 나누고 난 뒤, 복강경 시장 안에서는 어떻게 차별화할까요?
복강경 시장은 제품 자체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요. 판촉이나 캠페인으로 차별화하려고 하면 "이미 있다", "예전에 해봤다"라는 반응이 돌아오고요.
영업사원에게 "이미 있다"는 말은 더는 건드릴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여기서 함정에 빠지면 안 돼요.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표준화되지 않고 불완전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다빈치 로봇 영업팀이 80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복강경 영업팀은 90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해요. 그만큼 더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죠.
그럼 우리의 캠페인과 판촉이 정말 90점인지 하나씩 살펴봐요.
① 우리 제품, 정말 어떤 수술에서 쓰이고 있나?
"담낭절제술에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정작 교수님들이 어떤 케이스에서 가장 많이 쓰는지 알고 있나요? HIRA 데이터와 매출 데이터를 뜯어보면 우리가 예상한 용도와 실제 사용 패턴이 다를 수 있어요. 진짜 팔리는 사이즈는 뭐고, 안 팔리는 건 왜 안 팔리는지 파악했나요?
② 간호사가 "이거 싫어요"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 건가요?
의사는 좋다고 해도 간호사가 "세팅이 번거로워요", "교체할 때 불편해요"라고 하면 자주 쓰이기 어려워요. 수술실에서 실제로 기구를 다루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나요? 그들이 경쟁사 제품 대신 우리 걸 선택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있나요?
③ 교육 지원한다고 하는데, 정말 교수님들이 원하는 교육인가요?
"교육 프로그램 진행합니다"라고 하면 "또 그런 얘기야..."라는 반응 받아본 적 없나요? 교수님들이 진짜 필요한 건 새로운 교육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실수 안 하게 하는 거예요. 우리 교육이 그걸 해결해주고 있나요?
이렇게 하나씩 점검해보면, 복강경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이 나타나요.
🚀 결국엔 사람이 차이를 만든다
복강경 시장에서 제품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4K, 3D, ICG... 이미 표준이 되었으니까요.
그럼 진짜 차이는 어디서 날까요? 영업사원이 얼마나 현장을 이해하고, 병원의 파트너가 되느냐에서 갈립니다.
"교수님, 이 케이스에서 이 각도가 더 편하지 않으세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영업사원이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제품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해당 교수님의 수술 스타일과 케이스 특성을 이해한 제안을 하는 거예요. 고객 입장에서는 "내 수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죠.
"다른 병원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있었는데요..."
단순한 스펙 나열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케이스 경험을 스토리로 전달하는 영업사원. 경험의 가치를 파는 방식이에요.
결국, 복강경 시장에서 승부는 여기서 갈립니다. 제품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차이에서요.
🔥 실무자가 바로 써먹는 방법 : 영업사원의 달라지는 스크립트 예시
- 데이터 한 줄로 시작하기
→ “교수님, 위암 수술의 OO% 이상은 복강경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이 기구가 바로 그 영역에서 시간을 줄여드릴 수 있습니다.” - 케이스를 상황으로 바꾸기
→ “토요일 새벽 3시에 응급 환자가 들어오면 결국 복강경으로 들어가시잖아요. 그 순간 세팅이 몇 분만 빨라져도 교수님 팀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 결론 : 관리된 안정성이 무기
복강경 시장은 흔히 “이미 있다”, “하고 있다”는 말로 가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표준화되지 않고 불완전한 부분도 있어요.
이 빈틈을 정량화하고, 표준화하고, 고도화하는 회사가 결국 시장을 지켜낼 거예요.
로봇이 혁신이라면, 복강경은 안정성을 관리하는 힘이 무기입니다.
그리고 그 안정성을 강화하는 건 제품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영업사원의 역할이고요.
다빈치는 분명히 강력한 상대입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하나의 솔루션만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로봇이 들어오기 어려운 자리—응급, 야간, 보편적 수술—에서는 복강경이 여전히 표준이고, 이 영역에서 복강경은 단순히 살아남는 수준이 아니라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답은 여기에 있어요 : 시장을 나누고,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것.
복강경의 자리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이제 그 자리를 어떻게 더 강하게 만들지 고민할 때가 오고 있어요.
1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감사보고서 (2020~2024)
2 코메디닷컴 (2024.12.04, 이재원 기자), 「로봇수술, 결국 대세 된다...문제는 건강보험 미적용」
본 뉴스레터는 공개 자료와 학술 문헌을 요약한 일반 정보로, 특정 제품의 효능·성능을 보증하거나 사용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임상적 판단은 각 기관의 지침과 전문의의 결정에 따릅니다. 통계·시장규모·제품 수는 표기된 기준일의 공개 데이터/내부 추정에 근거하며, 변동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