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트] 🤔 아는 의료진이 없을 때, 어떻게 만나야 할까?

혈전예방 웨비나 준비로 본 의료진 접근법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척추 수술로 혈전예방 시장을 확장하는 주제를 다뤘죠. 그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게 바로 웨비나였습니다.

웨비나는 일본 연자를 초청한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척추수술 분야에서 인정받는 KOL 교수님까지 참여해주었거든요.

“미리 아는 교수님이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당시엔 척추 수술 관련해 아는 분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처음 만나는 의료진을 웨비나 좌장으로 초대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그 과정을 속속들이 공개할게요.

📖 일면식 없는 KOL을 만나기까지 세 번의 방문이 필요했어요

Step 1: 누가 이 분야의 권위자일까?

처음에 가장 중요한 건 “이 분야에서 실제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찾는 일이었어요. 그 출발점은 학회와 병원 홈페이지였습니다. 의료진은 학회 활동을 통해 자신이 속한 분야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니까, 학회 임원 명단을 보면 자연스럽게 권위자를 파악할 수 있죠. 척추수술 관련 학회를 찾고, 그 안에서 임원진 리스트를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명단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었어요. 이름만 아는 것과 실제 영향력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건 다르거든요. 그래서 각 교수님의 논문을 검색해 주요 연구 주제와 임상에서 관심 갖는 영역을 확인했어요.

당시 저희가 주목한 조건은 명확했어요.

최근에도 활발히 척추 수술을 집도하고, 다양한 증례를 공유하며 경험을 축적해온 의료진.

이런 분들이야말로 학회에서 발언력이 크고 메시지를 전파할 힘이 있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단순히 이름 있는 분이 아니라, 실제 경험과 학문적 활동을 겸비한 교수님들을 리스트업할 수 있었습니다.

Step 2: 만나는 방법 - 외래에서 기다리기

통상적으로 외래 진료 후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교수님들은 일정을 따로 관리하는 분(간호사 혹은 행정직)을 통해 미리 면담을 예약하고 만날 수 있고요. 저 역시 일면식도 없었기에 외래에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진료 후에 만났어요.

첫 번째 방문에서는 "어떤 회사의 누구입니다"를 먼저 소개했어요. 교수님의 대답은 "어느 회사라고요?"였습니다. 왜 찾아왔는지 짧게 소개하면서 관련 서류를 드리고 끝이었죠.

두 번째 방문에서도 역시나 외래에서 오래 기다려서 만났어요. 앞선 회사들의 면담이 끝나고 제 차례가 되자, 교수님의 한마디. "오늘은 바쁘니 다음에 다시 보죠"였습니다. 아마 외래 후 다음 일정이 바쁜 날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대답은 "네 교수님, 그럼 다음에 다시 뵈러 오겠습니다." 였습니다.

며칠을 두고 다시 찾아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OOO 사의 OOO 입니다." 라고 인사하자 살짝 놀라하셨죠. '이 사람은 용건이 있어서 나를 만나러 왔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Step 3: 혈전예방 이슈 제기

세 번째 방문에서야 혈전예방에 대한 얘기를 꺼냈어요. "다른 메이저 수술은 수술 후 혈전예방에 대한 지침이 학회별로 있는데, 척추 수술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논문 및 써머리 자료를 전달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 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논의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교수님이 "학회에 얘기할 거면 내가 소개해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프로그램을 마련해 오겠습니다."라고 했지요.

Step 4: 웨비나 제안

다음 방문에서는 "일본에서 이걸로 논문을 여러 개 쓰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해서 강연자로 초대해서 웨비나를 준비하려는데요. 교수님을 웨비나의 좌장으로 모실 수 있을지요."라고 제안했어요.

교수님은 벌써 만들어 왔나며 웃으시더니 "참여하겠다."라고 답했죠.

그렇게 해서 "척추 수술은 혈전증 위험에서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웨비나가 성사됐어요. 일본 전문의의 강연과 함께 국내 척추 전문 교수님이 좌장을 맡아주시면서 완전한 프로그램이 완성된 거죠.

이게 처음 만난 의료진을 웨비나 좌장으로 초대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에요.

생각보다 단순하죠?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과정 안에는 중요한 포인트들이 숨어있어요.

💡 성패를 가른 건 '의학적 근거와 맥락'이었어요

의료진은 충분한 근거와 명확한 목적이 있으면 오히려 가장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특성이 있어요.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나?', '환자에게 도움이 되나?'라는 본질적 질문에 집중하기 때문이거든요.

일면식 없던 교수님이 왜 제안에 응했을까요?

•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계 형성
• 의학적 가치가 있는 주제 제시
• 교수님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접근
• 학회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 제안

돌이켜보면, 처음 두 번의 만남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걸 했어요. 바로 '이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보여준 거죠. 급하게 용건부터 꺼내지 않고, 거절당해도 예의를 지키며 다시 찾아온 모습에서 교수님도 저의 진정성을 느끼셨을 거예요.

세 번째 방문에서 혈전예방 이슈를 제기할 때도 단순히 "저희 제품 써주세요"가 아니라 "학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로 접근했거든요. 이게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 이 경험은 의료진과 협력할 때도 똑같이 적용돼요

'유명한 분이니까 일단 연락해보자'가 아니라 '우리 회사와 잘 맞는 결을 파악한 후 충분한 준비와 인내심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모든 교수님이 우리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어요. 척추 수술은 혈전 위험도가 매우 낮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하지만 그분들과 만난 시간도 의미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어떤 분들은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구나'를 알 수 있었거든요.

실무에서 적용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예요 :

• 학회 임원진부터 체크하기 (권위자 파악)
• 첫 만남에서 바로 용건 말하지 말기 (신뢰 구축)
• 최소 3번은 만나야 본격적 대화 시작 (관계 형성)
• 의학적 가치나 환자 도움이라는 맥락으로 접근하기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이 "시간을 충분히 두지 않는 것"이에요.

매출 압박 때문에 급하게 접근하다 보면 오히려 신뢰 형성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 결국 중요한 건 '왜 이 사람에게 이 제안을 하는지' 이유가 있느냐예요

의료진은 어려운 고객이죠. 하지만 우리의 목적과 맥락이 분명하다면 반드시 '어렵기만 한' 고객은 아닐 거예요. "왜 이 사람에게 이 제안을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요.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의료진의 결정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라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만약 우리가 제안하는 내용이 이 두 기준에 부합한다면, 설사 일면식이 없어도 충분히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우리는 의료진에게 어떤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