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 목표 맞출 수 있나요?" 이 질문이 틀렸습니다

우리가 보는 숫자는 늘 너무 늦게 온다 : 의료기기 시장에서 매출은 결과가 아니라 흐름의 끝단

⚠️ "이번 달 목표 맞출 수 있나요?" 이 질문이 틀렸습니다

회의실에 앉으면 늘 비슷한 질문이 오갔어요.

"이번 달 ○○병원 매출 얼마예요?"
"이번 달 목표 맞춰질까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숫자 중엔 '현재'를 온전히 반영하는 게 거의 없어요.

대표적으로 심평원(HIRA) 데이터가 그래요.
월별 데이터가 제공되긴 하지만 실시간이 아니거든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2025년 9월까지예요. (치료재료 기준)
즉, 시장의 공공 데이터는 수개월 전의 상황을 지금에서야 확인하는 구조죠.

회사 내부 매출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의료 장비가 하루 단위로 팔리는 것도 아니고, 의료진의 의사결정은 더 느릴 때도 많고요.

지금 11월에 매출이 잘 나온다는 건,
사실 8~10월에 이미 심어둔 흐름들이 이제야 숫자로 드러나는 것에 가까워요.

그래서 매출은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인거죠.

한참을 저도 숫자를 중심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천천히 느끼게 된 점이 있어요.

우리가 집착하던 매출이라는 숫자,
이건 너무도 뒤늦게 도착하는 신호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건 뭘까요?
매출이 발생하기 전의 움직임들— 즉,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예요.

메시지 반응도, 세미나 이후 Follow-up 강도, 의사결정 단계 이동, 올해 매출을 만들 병원의 현재 상황 등등

이 작은 흐름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매출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후행지표가 아니라 선행지표로 매출을 보는 방법을 함께 볼게요.


의료기기 시장에서 '월별 매출'이 말해주지 못하는 것들


의료기기 시장을 구조적으로 보면 후행지표만으로는 다음번 매출을 읽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어요.

1) 의료기기 시장은 '즉시 구매' 시장이 아니다

패션·식음료처럼 하루 단위로 의사결정이 나는 시장이 아니에요.
의료진은 치료재료든 의료장비든 도입할 때 의학적 근거, 환자 케이스, 내부 회의, 예산 시기까지 모두 검토합니다.

의료기기는 원래 의사결정 사이클이 느린 시장이에요.
그래서 느린 만큼 한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도 않는 시장이고요.

2) 월별 매출 변동은 의미가 작다


의료기관의 예산 집행은 분기·반기·연 단위 흐름으로 돌아가요.
그래서 월별 매출은 계산서 발급이 늦어진다든지, 예산 승인 타이밍이 밀린다든지 하는 '우연적 변동'이 훨씬 커요.

이 시장에서 "전월 대비 매출"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늘 늦게 반응하고, 늘 뒤따라가게 됩니다.

3) 전략 시장마다 매출이 나오는 패턴이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전략 시장에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나오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레벨업 마케팅 프레임으로 시장을 네 가지로 나눠볼게요.
👉 의료기기 시장을 파악하는 2가지 키워드

혁신 전략 시장(인지↓ 경쟁↓): 의료진이 이 제품과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예요. 즉 고객이 아직 없다는 뜻이죠.

  • 이때 중요한 건: 초기 사용자들의 반응 패턴
  • 왜 중요한가: 초기 매출보다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제대로 찾았는지가 중요해요. 초기 사용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건 시장이 형성될 신호거든요. 이 반응 패턴을 읽어야 다음 단계 전략을 세울 수 있어요.

차별화 전략 시장(인지↑ 경쟁↑):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단계예요.

  • 이때 중요한 건: 의사결정 단계를 얼마나 빨리 이동시키느냐
  • 왜 중요한가: 다들 알고 있는 시장이라 정보 전달하면 인지도 향상하는 건 이미 지났어요. 이제는 병원이 '검토'에서 '결정'으로 빨리 넘어가게 만드는 게 승부처예요. 시간을 단축시키는 싸움이죠. 깃발을 먼저 꼽는 게 유리해요.

틈새 전략 시장(인지↑ 경쟁↓): 고객이 제품과 기술을 이해하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할 때만 도입이 진행돼요.

  • 이때 중요한 건: 병원이 각 단계를 실제로 움직이는지
  • 왜 중요한가: 인지도는 충분하지만 도입 장벽이 있어요. '관심'만 있고 '검토'로 안 넘어가는 이유를 찾아서, 그 허들을 낮춰야 해요. 단계별 전환율이 핵심이에요.

확대 시장(인지↓ 경쟁↑): 새로운 타깃을 공략하는 단계예요.

  • 이때 중요한 건: 어떤 메시지로 언제 접근하느냐
  • 왜 중요한가: 기존 시장과 다른 타깃이라 새로운 메시지와 타이밍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성인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소아 시장으로 확장한다면? "안전성"과 "성장기 적합성"이라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가 필요하죠. 같은 제품이라도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즉, '매출=시장 상태'가 아니라 '매출=시장 흐름의 마지막 결과'예요.

4) 심평원 데이터도 후행적이다

시장 전체를 보려고 심평원 데이터를 찾아보면, 그마저도 3~6개월 뒤에야 확인할 수 있어요.

회사 내부 월별 매출도 이미 지나간 결과고, 시장 데이터마저 몇 개월 전 상황이라면?
우리는 항상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의료기기 산업은 원래 후행적으로 보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선행적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선행적 흐름이란, 인지 → 관심 → 고려 →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별 움직임이에요.
이 단계가 순차적으로 움직여야 매출이 나오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단계를 건너뛰는 착각이 종종 일어나고 있어요.
'긍정적 반응'(관심 단계)을 '거의 확정'(구매 직전)으로 보는 순간들이요.


"데모는 좋았는데 왜 계약이 안 나왔을까"


어느 병원에서의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신규 장비 데모를 진행했는데 의료진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이거 효과 좋네요."
"우리 병원에 있으면 환자분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곧 연락드릴게요."

데모를 마치고 나오는 길, 영업사원이 생각해죠.
"이번엔 확실한 것 같은데.."

그래서 영업 리포트에 '계약 예정'이라고 적었죠.

2주 후, 확인 전화를 걸었어요.

"검토 중이세요?"
"아,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 달이 지났어요. 다시 전화했어요.

"예산 회의 일정 잡히셨나요?"
"아직이에요. 다음 달에 논의할 것 같아요."

두 달이 지났어요. 세 달이 지났어요.

영업 리포트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죠.

분기 리뷰 미팅에서 질문이 왔어요.
"이 병원, 데모 반응 좋았다면서요? 왜 아직 안 나왔죠?"

혹시 3개월 동안 본 게 '반응'이었나요, '의사 결정 움직임'이었나요?

"좋아요"라는 말과 실제로 구매하는 행동 사이엔, 우리가 보지 못한 여러 단계가 있었던 거예요.

우리는 '반응'을 보고 있었지, '움직임'을 보고 있지 않았던 거죠.


데모는 '감정'이지, '의사결정 단계'가 아니다

데모 반응은 긍정적 신호일 뿐 아직 '의사결정 단계'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예요.
긍정적 신호는 의사결정을 이제 시작했다고 읽을 수 있어요. 시작일 뿐, 끝이 아니죠.

예산 배정 논의, 적용할 환자군과 적응증, 사용 프로토콜, 내부 회의 일정, 파일럿 케이스.
이 중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데모 반응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구매 단계로는 거의 나아가지 못한 거예요.

병원은 결정을 뒤로 미루는 이유가 있다

제품이 좋아도 병원은 결정을 미뤄요.

"지금 예산이 3개월 남았어요."
"급한 제품 먼저 구매해서요."
"다음 분기에 데모로 먼저 써봐도 될까요?"

즉, 의료기기는 '좋다'는 감정보다 '의사 결정단계가 움직였는가'가 더 중요해요.

우리는 반응만 보고, 움직임은 놓쳤다

이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20명 의료진 중 15명이 데모를 신청했고, 그중 5곳이 견적까지 받았죠.
숫자만 보면 완벽했어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도 계약은 1건뿐이에요.

왜일까요?
세미나 이후 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아무도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거예요.

견적 받은 5곳 중:

  • 2곳은 예산 승인 대기
  • 1곳은 경쟁사 비교 중
  • 2곳은 연락 두절

하지만 우리 시스템엔 그냥 "진행 중"이라고만 적혀 있었죠.

데모 반응=선행지표라고 착각했지만 그건 선행지표의 출발점 일 뿐이에요.
의료기기 선행지표는 '단계가 얼마나 이동했는지'로 확인해요.


매출을 '예측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1) 선행지표 5단계로 관리하기


고객 여정 5단계(인지 - 관심 - 고려 - 구매 - 응원)를 선행지표로 추적하면 매출이 예측 가능해져요.

인지 단계: 우리 제품을 알게 된 의료진 수

  • 세미나 참석자, 웹사이트 방문자, 브로슈어 다운로드 수, 동영상 조회수

관심 단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는 행동

  • 데모 요청 건수, Follow-up 미팅 요청수, 영업사원 방문 요청

고려 단계: 실제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

  • 견적 요청 여부, 경쟁사 비교 단계

구매 단계: 계약 직전의 확정적 신호

  • 금액 확정, 도입 및 설치 기간 협의, 병원내 제품 등재 신청서 작성

응원 단계: 도입 후 만족도와 확산

  • 재구매율, 사용률, 추천 건수, 케이스 스터디 제공 병원 수

이 다섯 단계가 순차적으로 움직일 때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2) 병원별 '의사결정 단계 트래킹' 만들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0단계: 우리를 모른다
1단계: 제품·서비스의 혜택 이해
2단계: 의학적 의미 공감 및 근거로서 기술 이해
3단계: 사용법 문의 (데모) - 시연용
4단계: 파일럿 케이스 시작 - 평가용
5단계: 구매 확정

매출은 5단계인데 우리는 대부분 마지막 단계만 바라봤어요.
중간 2~4단계가 움직이는지, 그 미묘한 흐름을 봐야 해요.

실제로 적용한 사례를 보면 이렇게 달라져요.

A병원은 지금 2단계예요. '의학적 의미는 공감했지만 아직 기술적 근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단계죠. 그럼 이번 주 해야 할 일은:

  • 매출 독촉 전화 ❌
  • 임상 논문이나 기술 백서 공유 ✅
  • 비슷한 환자군 치료 사례 제공 ✅

이렇게 단계에 맞는 액션을 하면 자연스럽게 4단계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평균 소요 시간을 파악하면?
현재 파이프라인만으로도 3~6개월 후 매출을 예측할 수 있어요.

✔ 3) 영업 vs 마케팅 역할 분리

영업 = 병원 내부 '의사결정 흐름'을 관리하는 사람
마케팅 = 시장 외부에서 '의사결정 이동'을 촉발시키는 사람

둘을 분리하면 선행지표가 훨씬 명확해져요.

영업팀은 "이번 달 A병원이 1단계에서 2단계로 이동했습니다"를 보고하고,
마케팅팀은 "이번 달 세미나 참석자 중 30%가 Follow-up 미팅을 요청했습니다"를 보고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매출 회의가 "왜 안 나왔나"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어디까지 움직였나"를 확인하는 자리로 바뀝니다.

✔ 4) 월 단위가 아닌 6개월~1년 단위 흐름으로 보기

의료기기 시장은 본질적으로 느려요.
월별 매출은 왜곡도 있고요.

6개월~1년 흐름을 보면 "진짜 시장의 방향"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 세미나 참석률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면 하반기 견적 요청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예요. 그리고 내년 상반기 매출도 예측 가능해지죠.

그리고 이 흐름을 따라가면 매출은 '예측 가능한 구조'로 바뀝니다.

✔ 5) 월요일 아침 회의를 바꾸기

기존 방식: "이번 달 A병원 매출 나왔나요?" "B병원은 언제쯤 계약 가능할까요?"

흐름 기반 방식: "이번 주 1단계에서 2단계로 이동한 병원은 몇 곳인가요?"
"데모 진행 중인 병원 중 긍정 반응은 몇 곳인가요?"
"다음 분기 파이프라인에 새로 진입한 병원은?"

질문이 바뀌면 조직 전체의 사고방식이 바뀝니다.


매출은 숫자가 아니라 움직임

의료기기 시장에서 매출은 결과의 숫자가 아니라 흐름의 끝단이에요.

심평원 데이터가 8개월 뒤에야 도착하는 것처럼 시장 전체가 후행적으로 보이지만, 선행지표는 늘 먼저 반응합니다.

우리가 봐야 할 건 전월 매출이 아니라 의사결정 흐름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예요.

"이번 달 목표 맞출 수 있나요?"라는 질문 대신
"지금 파이프라인에 있는 병원들이 어느 단계로 움직이고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한 산업군이나 다음 회차에서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편하게 회신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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