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전설의 영업사원🧞♂️
마케터는 다양한 부서와 협업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영업팀과 가깝게 일하게 되죠.
‘영업사원’의 전형적인 모습은,
- 사람을 되게 잘 다룰 것 같고
- 내 속마음을 다 꿰고 있을 것 같고
- 결국에는 뭘 사라고 하는 얘기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제가 만난 영업사원 중에 ‘이 분 진짜 영업 잘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내성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화려한 말솜씨와 깔끔한 정장보다는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기억되는데요.
15년 동안 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났던 전설의 영업사원 세 분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 고객의 마음을 읽는 영업의 달인
A 선배님은 묵묵하고 말수가 별로 없었어요. 그럼에도 고객들이 좋아했어요.
신입사원 시절 A 선배님이 담당하는 병원에 간 적이 있어요. 고객(의사)이 시술을 하는 중이라 바깥에서 모니터로 시술을 지켜보게 되었죠.
우리 제품을 써보지 않은 고객이 처음으로 사용하는 순간이었어요.
시술은 한참 진행되었고 우리 제품이 사용되는 순간이 왔어요. 선배님이 저를 가만히 부르더니,
“잘 봐. 지금이 고객이 우리 제품을 평가하는 순간이야.” 하는 거예요.
이때 고객의 성공여부를 떠나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알려주었어요.
경험이 많은 의사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어려운 순간은 있으니까요.
체면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살짝 포인트를 짚어서 전달하니까 선생님은 바로 이해하고 방법을 바꿔서 제품을 잘 사용했어요.
시술이 끝나고 고객은, “이 과장 말대로 하니 잘 되네.” 하고 말했죠.
이런 코멘트를 하려면
- 전체적인 수술 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되고
- 고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야 되고
- 나의 의견을 어떻게 전달해야 고객이 받아들일 것인지도 알고 있었던 거죠
3박자가 맞으니 무리 없이 고객이 행동을 수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성공적인 제품 경험을 하고 나니 그다음부턴 지속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거죠.
흔히 ‘영업은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때 하나의 작품을 본 거였어요.
그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알고 나면 ‘저 타이밍에 고객에게 저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구나’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스킬이죠. 😍
- 신뢰가 가장 큰 무기
B 선배님과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그의 솔직함이었어요. 할 수 있다 혹은 못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굳이 갈등을 만들지 않고 좋게 넘어가면 될 텐데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료로서 같이 일할 때 부담이 없었어요.
구태여 시간을 낭비하거나 안 되는 걸 끙끙 앓고 마음고생을 하는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업무상 고민거리를 이분한테 얘기를 하면, 적어도 그건 좋다, 나쁘다 식의 피드백을 정확히 얻을 수가 있었어요.
B 선배님은 비단 저와 같은 후배나 회사 사람에게만 그랬던 게 아니었어요.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고객들도 선배의 스타일을 알고 나서는 편하게 생각했어요.
“교수님, 그 제품은 지금 없고 이 제품을 쓰셔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해도 ,
“그래요. 알겠어요.” 하는 답이 돌아왔어요.
없으면 없다, 있으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은 믿고 가도 되겠다’라고 고객들도 똑같이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B 선배님은 오래된 고객들이 많아요.
- 부담스럽지 않게 솔루션을 주는 사람
C 선배님은 영업을 잘했지만 장점이 뭘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분이었어요.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요청하는 건 다 해주시는 거예요.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은 영업팀에게 시장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OO병원의 최근 OO 수술건수가 얼마나 될까요?’,
‘이 제품에 대해서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피드백을 받아 주실 수 있어요’,
‘OO수술 참관할 수 있을까요?’ 등 다양해요.
그는 이런 요청에 빠짐없이 답을 주었어요. 그러니까 다른 것도 물어보게 돼요.
‘요즘 마케팅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러니 고객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어수룩한 스타일이라 해결할 수 있을까 싶지만 실은 얘기를 꺼내는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였죠.
C 선배님은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영업사원이라는 직무에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었어요.
세 사람 모두 자신 만의 영업 방식이 있었어요.
첫 번째 선배는 고객이 제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셀링포인트’를 잘 캐치하고 전달하는 스킬이 있었고
두 번째 선배는 본인의 장점인 솔직함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브랜딩을 했고,
세 번째 선배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솔루션을 주는 스타일이었어요.
한 가지 더 있네요.
선배들은 한결 같이 선했어요. 하지만 이분들도 화를 낼 때가 있거든요.
‘왜 저렇게 목소리를 높일까?’ 하고 그 생각을 따라가 보면 근본적으로 ‘이렇게 해서는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저렇게 하면 우리 제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다른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쓴소리라고 하여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건, 우리가 놓친 게 있다는 얘기니까 다시 봐야겠다.’ 이렇게요.
이제 보니 전설의 영업사원은 특유의 영업방식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도 동화시키는 매력이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