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의학의 발전? 저절로 겸손해지는 순간❤️🩹
최근 존슨앤드존슨이 소아용 전극 패드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초 해당 제품의 리콜 이후 이어진 추가 조치인데요.
성인용 제품은 그대로 판매하는데 왜 하필 소아용 제품만 그랬을까 궁금해졌어요.
전극 패드는 전류를 환자의 몸에서 전달할 때 과도한 열 발생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하는데요.
성인용 제품에서도 부상 사례가 있었으나, 소아 환자에서의 부상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체중이 적은 소아용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죠.
결국 회사에서는 판매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관심을 주고 지켜봐야 할 대상임에도 오히려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인 셈이죠..❤️🩹
‘소아용 제품’에 대하여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혈관에 삽입하는 스텐트를 담당할 때였어요.
혈관은 위치에 따라 혈관의 크기(직경)가 다르잖아요. 이에 따라 스텐트도 다양한 사이즈가 생산되고요.
그래도 자주 쓰이는 사이즈가 있고 거의 쓰이지 않는 사이즈가 있을텐데요. 쓰이지 않는 사이즈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수요가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스텐트 제조사들은 수요가 적은 제품 코드는 생산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문제는 이런 코드가 주로 소아용으로 쓰인다는 거예요.
수요가 거의 없지만 어떤 소아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제품인거죠..
어느 날 고객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아 환자가 내원했는데 스텐트를 삽입해야 하니 구해줄 수 있겠냐는 문의였습니다. 요청하는 스텐트 사이즈는 역시나.. 국내에 없었습니다.
난관은 이 뿐만 아니었어요. 해당 코드는 수입 허가증에 등재되지 않았거든요.
“안타깝지만 없는데 어떻게 해..”
사연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만약 성인 환자였다면 수월하게 끝났을 치료였죠.
겨우 몇 mm 작은 사이즈가 없어서 치료할 수 없다니..
식약처에 질의해보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경우 응급환자 치료 목적으로 일회성으로 수입을 허용한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해당 치료가 끝나면 사용하지 않은 제품은 전량 폐기할 것을 전제로 말이죠.
수입 절차를 찾은 후, 해당 제품에 대하여 생산이 가능한지 본사에 문의를 했습니다.
기다려 받은 회신은, ‘해당 제품은 생산량이 매우 낮다. 요청한 수량을 생산하기 위해 기존 공정을 중단하기 어렵다. 일단 현재 예정된 생산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가능한지 검토하겠다.’ 였습니다.
소아 환자의 간절한 사연이 닿았는지 꽤 기다렸지만 마침내 제품을 받을 수 있었죠.어렵게 전달 받은 제품으로 고객은 최선을 다하여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평소 우리 제품으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헬스케어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모든 곳에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겸허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의 노력 덕분에 아이에게 건강을 선물할 수 있다는 감사함도 알게된 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