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다'던 고객들이 '이제 써야겠다'고 바뀐 순간 : 혈전 예방 기기 시장 전략

"올해도 매출 목표 달성해야 하는데..."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이런 고민 많이 하고 계시죠? 저도 늘 하는 고민이에요.
"올해 매출 목표 8% 성장입니다"
"시장점유율 2% 더 올려야 합니다"
회의실에서 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하죠.
'어떻게?'
신제품도 나오고, 혁신의료기기도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담당하는 제품은 이미 자리 잡힌 시장에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드레싱재, 봉합사, 카테터... 필요한 곳에는 이미 다 들어가 있고, 경쟁사들도 촘촘히 자리 잡고 있고요.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가져오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해요.
"선생님들이 기존 제품에 만족하고 계세요"
"가격만 조금 더 맞춰주시면..."
"다른 회사 제품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기존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도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혈전 예방 의료기기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시장이었거든요.
급여 전환 후, 10년 가까이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이미 필요한 곳에는 다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어요.
특히 공기압박펌프는 소수 회사들이 시장을 나눠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이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가던 순간을 풀어놓을게요.
📊 데이터 속에 숨어있던 기회
시장에 답이 있다고 하잖아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심평원 데이터를 보는 일이었어요.
혈전 예방 기기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로 보였거든요. 고관절,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에서는 이미 높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었고, "더 이상 성장할 곳이 없다"는 게 팀 내 중론이었어요.
그런데 데이터를 수술별로 세분화해서 뜯어보다가 예상치 못한 패턴을 발견했어요.
"어? 이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외과 수술별로 이렇게 격차가 클 줄 몰랐거든요.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타났어요.
척추 수술 건수 자체는 무릎/고관절보다 오히려 많았거든요.
2019년 기준 척추 수술은 약 255,000건, 무릎/고관절 수술은 131,000건이었어요.
"시장 규모로 보면 척추가 더 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왜 이렇게 사용률 차이가 날까요?
혹시 정말로 척추 수술에서는 혈전 예방이 필요 없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 임상 근거 찾기의 여정
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왜 척추 수술에서는 안 쓸까?"에 대한 합리적인 답이 필요했거든요.
혹시 정말로 척추 수술이 혈전 위험이 낮은 건 아닐까? 그래서 논문을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척추 수술 후 혈전 유병률이 논문마다 완전히 달랐거든요.
어떤 논문에서는 0.3%에 불과했지만, 다른 논문에서는 31%까지 나와 있었어요.
"이게 뭐지? 차이가 너무 크잖아?"
더 많은 논문을 찾아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직 이 분야는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서 의료진들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로 보였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었어요. :
"척추 수술 후 VTE 발생률 13.5%" 1
"무증상 환자가 대부분" 1
"DVT(심부정맥혈전증)의 75%는 수술 후 48시간 이내 발생할 가능성" 2, 3
특히 일본에서 나온 연구가 눈에 띄었어요. 척추 수술 환자 3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제로 DVT(심부정맥혈전증)가 11.8%, 폐색전증이 2.9% 발생했다는 결과가 있었거든요.1
더 중요한 건 이 부분이었어요 :
"증상이 있는 DVT 환자는 0.6%에 불과했다" 1
💡 아하, 그래서였구나!
바로 이거구나! 환자도 의사도 모르는 사이에 혈전이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척추 수술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북미 척추학회(NASS) 가이드라인도 찾아봤어요. 2009년에 발행된 가이드에는 척추 수술에서도 혈전 예방을 권고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았어요.
🔍 퍼즐 맞추기
1.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해외 논문 근거)
2. 하지만 무증상이라 모를 수 있다 (현장의 인식)
3.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 (정보 부족)
임상 근거는 어느 정도 확보된 것 같았어요. 이제 문제는 이 정보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였죠.
👥 고객 인식 변화 프로젝트
임상 근거를 아무리 많이 찾아도 고객들의 기존 인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병원에 가서 이야기해봤거든요.
"선생님, 척추 수술 후에도 혈전 위험이 있다는 해외 연구가 있는데요"
"아, 그래요? 근데 저희는 그런 환자 본 적이 없는데요"
"무증상이라서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렇다고 해도 굳이 필요할까요?"
이런 반응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어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정형외과 수술은 다 하는데, 척추만 안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혈전이 정말 문제라면 진작에 누군가 말했겠죠"
일리가 있는 말씀들이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혹시 제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접근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고요.
🎯 전략 수정
해외 척추외과 전문의를 초청해서 웨비나를 기획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찾은 연구를 직접 진행한 일본 의사를 모셔보기로 했어요.
주제 : "Is Spine surgery safe from DVT risk?"
단순히 "우리 제품 쓰세요"가 아니라,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위험은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접근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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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비나 준비 과정에서도 많은 걸 배웠어요. 일본 팀과 사전 미팅을 하면서 현지 상황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척추 수술에서 혈전 예방을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일부 병원에서부터 프로토콜을 바꿔가고 있어요"
웨비나는 우리나라 척추 수술 전문가 2분이 좌장을 맡고, 일본 의사가 강연하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웨비나 당일, 일본 선생님이 실제 연구 데이터를 보여주시니까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340명 중 11.8%에서 DVT가 발견됐는데, 증상이 있는 환자는 0.6%에 불과했습니다"
→ "아, 정말 무증상이 대부분이네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웨비나 이후에 점차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거든요.
"혈전 예방 기기 한번 써보고 싶은데요"
"다른 병원에서는 어떻게 쓰고 있나요?"
🎯 결국 이게 포인트였어요
고객을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고객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무엇보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위험일 수도 있다"는 프레임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거든요.
🤔 우리 제품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 혹시 우리도 확대 전략 시장에 있는 건 아닐까요?
이 경험을 돌이켜보니 혈전 예방 기기는 '확대 전략 시장'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어요.
확대 전략 시장이란?
- 제품은 이미 검증되어 있음 (고관절/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루틴하게 사용)
- 하지만 적용 범위가 정해져있음 (척추수술에는 잘 안 씀)
- 고객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영역이 존재함
이런 시장에서는 기술 스펙을 아무리 자랑해도 소용없을 수 있어요.
"지금도 괜찮을까요?" → "지금이 딱이에요!"로 메시지 전환이 핵심일 수 있거든요.
혈전 예방 기기의 경우 이런 접근이 필요했던 거죠 :
✓ 기존 시장: "이미 쓰고 있으니 계속"
✓ 새로운 시장: "지금까지 몰랐던 위험일 수 있고, 이제 시작해야 할 때"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시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필요할 수 있는 거예요.
🔧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이런 순서로 접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1️⃣ 데이터부터 확인해보세요
우리 제품이 쓰이는 곳과 안 쓰이는 곳의 차이를 수치로 확인
* "왜 여기서는 안 쓸까?"라는 의문이 시작점
2️⃣ 객관적 근거를 찾아보세요
해외 논문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제3자 자료 확보
* 우리 회사 자료보다는 중립적 연구 결과가 효과적
3️⃣ 질문으로 접근해보세요
"이거 써야 해요"가 아닌 "혹시 이런 가능성은 없을까요?" 방식
* 고객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환경 만들기
📊 우리 제품도 한번 체크해볼까요?
확대 전략이 필요한 제품인지 체크해보세요:
- 기존 시장에서는 이미 사용 중
- 비슷한 용도지만 안 쓰는 영역 존재
- "더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
- 해외에는 가이드라인이나 논문 존재
위에 해당된다면 확대 전략을 시도해볼 만할 것 같아요.
🏥 의료기기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들
특히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아요:
- 진료과별로 다른 진료지침이 있는 경우
- 수술 종류별로 다른 프로토콜을 쓰는 경우
- 해외 vs 국내 가이드라인이 다른 경우
- 의료진 세대별로 인식이 다른 경우
이런 차이점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일 수도 있어요.
🎯 결국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 돌이켜보니 이런 거였어요
이 경험을 통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인식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어요. 물론 조심스럽게,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말이죠.
"정말 필요한 거야? 아니면 그냥 팔려고 하는 거야?"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학술적 접근과 질문형 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 혹시 비슷한 고민 있으신가요?
"우리 제품 기술은 정말 좋은데..."
"경쟁사보다 성능이 월등한데 왜 안 팔리지?"
"다른 과에서는 잘 쓰는데 왜 여기서는 관심이 없을까?"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도 기회는 있을 수 있어요.
다만 데이터를 다른 각도로 보고, 고객의 인식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왜 여기서는 안 쓸까?"라는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답을 차근차근 찾아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어요.
본 뉴스레터는 공개 자료와 학술 문헌을 요약한 일반 정보로, 특정 제품의 효능·성능을 보증하거나 사용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임상적 판단은 각 기관의 지침과 전문의의 결정에 따릅니다. 통계·시장규모·제품 수는 표기된 기준일의 공개 데이터/내부 추정에 근거하며, 변동될 수 있습니다. 주요 출처: 보건복지부 고시(2016-181호), HIRA 의료통계/빅데이터 포털, NASS Antithrombotic Therapies in Spine Surgery(2009) 1. Yoshioka K. et al. Comparative study of the prevalence of venous thromboembolism after elective spinal surgery. Orthopedics. 2012. 2. O’Meara DM, Kaufman RL. Prophylaxis for venous thromboembolism in total hip arthroplasty: A review. Orthopedics. 1990. 3. Westermann RW, et al. Thromboembolism after hip surgery. International Orthopaedics (SICOT). 1981;4:253–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