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제품을 되살리는 방법 🚨
“실패한 제품을 다시 시장에서 파는 방법은 뭘까요?”
원데이클래스에서 받은 질문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마케터로 처음 출시했던 제품이 생각났어요.
부서에서 처음 판매하는 지혈 기구라 기대가 많았지만,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불량률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본사에서는 우리나라만 유독 높은 불량률로 인해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제조 공정 상 멸균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제품이 발견되어 리콜한다는 소식이었어요.
리콜 원인은 제품의 기능과 관련 없었지만 이미 고객들에게는 ‘불량률이 높더니 리콜하는구나’이란 인식이 생긴 뒤였죠.
본사에서는 제조 공정 정비 후 다시 출시한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후발주자로 이제 막 입지를 찾아가는 제품이었는데 리콜 후 재출시 하려니 막막했어요.
한번 굳어진 인식을 바꾸기란 여간 쉽지 않으니까요.
마케터가 되고 첫 제품이 이거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다 찾아낸 묘안(?)은 먼저,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하는 거였어요.
왜 실패(?)했는지, 시장에서 호응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런 분석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1 키 메시지 부재
기존의 브로슈어는 영어를 한글로 옮긴 내용이었어요.
제품 사용법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그 전에 왜 우리 제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었죠.
그러니 기존 지혈 기구를 잘 쓰고 있는 고객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메시지였어요.
우리 제품의 장점을 언급하기에 앞서 기존 제품으로 아쉬운 경험을 한 고객이 없는지 살폈어요.
그 부족한 점을 우리 제품이 채울 수 있다면 고객도 반응하리라 생각했죠.
기존 제품은 지혈이 잘 되었지만 혈관 내 이물질로 인해 종종 부작용이 있었어요.
부작용을 경험한 고객들에게 ‘혈관 내 남는 게 없다’는 우리 제품은 와 닿는 메시지였죠.
기존 제품과 명확한 선 긋기를 통해 적지만 확실한 고객부터 만들어 갔어요.
#2 고객 맞춤형 데모킷 & 판촉물 제작
키 메시지를 잡고 나니 판촉물을 어떻게 만들지 큰 방향이 잡혔어요.
판촉물은 대부분 기존 제품과 우리 제품이 무엇이 다른지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어요.
지혈되는 원리가 무엇이 다르며 지혈 물질의 원재료, 크기가 어떻게 다른지 도표와 이미지를 활용했어요. 고객들은 처음 보는 비교 사진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우리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시작했죠.
한편 우리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달리 지혈 여부를 눈으로 체크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동안 손의 감각으로 지혈을 확인했던 고객이 눈으로만 체크한다면 어색할 것 같았어요.
때문에 고객이 자신감을 갖고 우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예전에 쓰던 데모킷은 혈관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이지 않는 구조였어요.
불투명한 흰색을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데모킷을 바뀌어 제품이 혈관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죠.
고객들은 몇 차례 시연을 해보고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새로운 방법에 익숙해졌죠.
#3 고객 교육 모듈 제시
고객들은 기존 제품 사용법에 익숙한 상태였어요. 우리 제품은 미세한 조율이 필요했기에 다른 제품처럼 사용하면 불량률이 높아졌어요.
고객이 우리 제품을 익숙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교육 모듈을 새로 만들었어요.
제품의 특장점을 이해하고 몇 차례의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객부터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은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앞서서 경험(?)한터라 이 교육 모듈에 따라 주었습니다.
결국 재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의 판매량을 회복하고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으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불량률도 낮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