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사원 한 명을 더했는데 왜 전력은 줄어들까?
한 사람이 들어오는 동안 회사에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시간이 따로 있어요.
*** 가상의 의료기기 회사 이야기로 재구성했어요**
분기 마감 다음 날이었어요.
대표가 책상에 분기표 세 장을 펴놨어요.
작년 4분기. 올해 1분기. 올해 2분기.
매출은 세 장 다 조금씩 올라 있었어요. 3년째 그래요.
그런데 매출을 영업 인원으로 나눠보니
1인당 숫자는 세 장 다 내려가 있었어요.
사람은 늘었는데 한 사람 몫은 줄어든 거예요.
방문 일지도 열어봤어요.
영업부장이 병원에 나간 날이 지난 분기보다 엿새 줄었어요.
올해 들어온 김 대리와 이 주임의 일지는 ‘동행’ 두 글자가 대부분이고요.
일지 맨 뒤에는 다음 달로 미룬 방문이 하나 적혀 있었어요.
3년째 거래하는 대학병원이었어요.
새로 열린 병원은 올해 두 곳.
사람이 두 명 적던 작년 이맘때는 다섯 곳이었어요.
이상한 건 그거예요.
다들 전보다 바쁜데 숫자는 전보다 나빠졌어요.
영업부장은 요즘 사무실에 제일 늦게까지 남거든요.
지난달 복도에서 영업부장이 지나가듯 했던 말이 있어요.
“요즘 거래처를 못 돌아요.”
그때는 흘려들었어요.
1분기 표 여백에는 봄에 적어둔 메모가 남아 있었어요.
‘하반기에 한 명 더.’
대표가 그 메모에 볼펜을 댔다가 멈췄어요.
한 명을 더 뽑는 게 맞나.
올해 처음 드는 생각이었어요.
사람을 뽑았는데
전력이 오히려 빠지는 기간이 있어요.
분기표에 안 찍히는 계산이 하나 돌고 있었거든요.
🔢 새 사람은 0.2인분, 나가는 건 0.5인분
새 사람이 출근한 첫날부터 매일 벌어지는 일이 있어요.
질문 하나에 영업부장 하루에서 30분이 나가요.
견적을 어디까지 열어도 되는지
그 병원 예산이 몇 월에 도는지 봐주면 한 시간이 나가고요.
동행 방문 한 번이면 반나절이 통째로 나가요.
그 시간은 원래 영업부장이 거래처를 돌던 시간이에요.
사람이 는 게 아니라 시간이 옮겨간 거예요.
숫자로 놓으면 이래요.
들어온 지 석 달 된 사람은 아직 0.2인분을 해요.
가르치는 동안 영업부장 몫에서 0.5인분이 빠지고요.
한 명을 더했는데
석 달 동안 회사 전력은 0.3인분 마이너스예요.
0.5가 과해 보이면 세어봐도 돼요.
새 사람이 오기 전 석 달과 온 뒤 석 달.
영업부장이 병원에 나간 날을 각각 세는 거예요.
방문 일지에 이미 적혀 있는 숫자예요.
두 명을 한꺼번에 뽑으면 0.4를 얻고 1.0을 내줘요.
김 대리와 이 주임.
대표가 본 분기표는 이 뺄셈이 두 번 돈 결과였어요.
이 뺄셈은 어디에도 안 적혀요.
급여는 매달 결산에 찍히는데
빠져나간 병원 방문은 일지를 뒤져야 보이거든요.
지난주에는 이 주임이 그 대학병원 이야기를 들었어요.
석 달 전에 김 대리가 들은 이야기 그대로요.
내년에 누가 와도 또 처음부터일 거고요.
말은 몇 번을 해도 남는 문서는 한 장도 안 생겨요.
이 마이너스는 원래 이렇게 오래 가는 걸까요?
⚖️ 채용이 끝난 날과 전력이 된 날
채용은 계약서에 사인하면 끝나요.
전력은 그 사람이 혼자 숫자를 만들기 시작해야 생기고요.
이 두 날짜 사이가 의료기기 영업에서는 유독 길어요.
배울 게 제품이 아니라 병원이라서요.
제품 카탈로그는 일주일이면 외워요. 병원은 그렇게 안 돼요.
새 사람 질문은 대개 이런 거예요.
“이 병원은 품의가 어느 팀에서 먼저 돌아요?”
“여기는 왜 3년째 견적만 받고 끝나요?”
답이 어딘가 적혀 있으면 읽고 시작해요.
안 적혀 있으면 영업부장을 찾아가고요.
답을 아는 사람이 회사에 한 명뿐이거든요.
그래서 이 기간에 회사는 값을 두 번 치러요.
새 사람 급여로 한 번.
영업부장이 못 나간 병원으로 또 한 번.
두 번째 값은 아무도 안 세고요.
동행도 그래요. 같은 반나절인데 남는 게 달라요.
읽고 온 신입과의 동행은 이렇게 흘러가요.
가는 차 안에서 신입이 먼저 물어요.
“이 병원은 품의 전에 데모부터 잡는 곳이죠?”
과장 앞에서 제품 설명은 신입이 해요.
영업부장은 가격 얘기가 나올 때만 입을 열고요.
돌아오는 길에 이 말이 나와요. “다음엔 혼자 가보세요.”
읽은 게 없는 신입과는 반대로 흘러요.
차 안에서 영업부장이 병원 소개부터 시작해요.
과장 앞에서는 끝까지 영업부장이 말하고
신입은 옆에서 명함만 내밀어요.
다음 방문에도 둘이 같이 나가요.
숫자는 회사마다 달라요. 갈리는 건 두 번째 채용부터예요.
한쪽은 뽑을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한쪽은 뽑을 때마다 빨라져요.
이 차이가 몇 년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 공고가 1년 내내 떠 있는 회사
채용 사이트에는 영업사원 공고가
봄에도 가을에도 연말에도 떠 있는 회사가 있어요.
망해가는 회사가 아니에요. 크느라 사람이 필요한 회사예요.
그런데 공고가 내려갈 틈이 없어요.
회사 안에서 같은 순환이 돌거든요.
뽑으면 영업부장이 병원에 덜 나가요.
덜 나간 만큼 신규 거래처가 덜 열려요.
숫자가 안 오르니 사람이 더 부족해 보여요.
분기 회의 때마다 결론은 같아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또 뽑아요. 같은 뺄셈이 한 번 더 돌고요.
연봉을 올려도 공고 문구를 바꿔도 안 멈춰요.
뽑는 게 문제가 아니니까요.
3년이 지나면 사람은 두 배가 돼요.
새로 연 병원은 3년 전과 비슷하고요.
계속 뽑는데 늘 사람이 모자라요.
반대편에는 공고를 내리고 한동안 안 올리는 회사도 있어요.
덜 뽑아서가 아니에요.
이런 회사 신입의 첫 주는 좀 달라요.
첫날 책상에 파일 하나가 놓여 있어요.
앞사람들이 물어본 질문과 회사의 답.
거래처마다 어디까지 왔는지 적힌 몇 장.
읽고 나서 물어보니 질문이 반으로 줄어요.
영업부장은 그 주에도 자기 병원을 돌고요.
석 달 뒤 공고가 내려가요.
다음 공고는 한참 뒤에나 올라오고요.
뽑은 사람이 남긴 답 위에서 다음 사람이 시작하는 거예요.
머릿수는 뽑으면 늘어나요.
전력은 남는 게 있어야 늘어나고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어요.
새 사람이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 열 개를 적고
회사의 답을 한 줄씩 달아두는 것. 그게 첫 장이에요.
적는 사람이 영업부장일 필요도 없어요.
물어본 사람이 답을 받은 자리에서 적으면 되고요.
다음 사람은 그 열 개를 안 물어봐요.
영업부장은 그만큼 병원에 나가고요.
우리 회사는 괜찮은지 알고 싶다면 이 3가지만 확인해보세요.
- 매출을 영업 인원으로 나눈 숫자가 지난 세 분기 동안 올랐나요 내렸나요?
- 새 사람이 온 뒤 석 달 동안 가장 잘하는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이 몇 번 줄었나요?
- 다음 사람이 첫 주에 받아 읽을 자료가 지금 몇 장 있나요?
셋 다 숫자로 답이 나오면 잘 돌고 있는 거예요.
막히는 자리가 있다면 거기가 시간이 새는 자리고요.
‘하반기에 한 명 더.’
그 메모는 지우지 않아도 돼요.
뽑기 전에 남길 것부터. 순서 하나만 생겼을 뿐이에요.
올해 뽑은 사람은 지금 전력이 되고 있나요?
답은 분기표가 아니라 방문 일지에 적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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