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이 모든 고객을 공평하게 대할 때 매출은 멈춘다
바쁜데 매출이 안 느는 건 시간이 잘못 흩어졌다는 신호예요.
📋 어느 월요일 아침 영업 회의
영업본부장이 주간 방문 계획표를 넘겨봐요.
한 사람당 한 주에 스무 곳 가까운 병원이 적혀 있어요.
"다들 부지런히 도시네요."
계획표엔 빈칸이 없어요.
신규도 있고 오래된 거래처도 있고
한동안 발주가 없던 곳도 있어요.
영업사원 입장에선 어느 한 곳도 빼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분기 매출표를 같이 펴보면
숫자는 작년 이맘때와 거의 같은 자리에 있어요.
방문은 가득한데 매출은 제자리예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다 챙긴다"는 말의 함정
의료기기 영업에서 좋은 영업사원의 기준은 대체로 이래요.
- 거래처를 빠뜨리지 않는 사람.
- 연락이 끊긴 곳을 다시 살려내는 사람.
- 모든 고객에게 같은 정성을 들이는 사람.
성실함의 기준으로는 맞아요.
그런데 이 기준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어요.
시간은 고객 수에 비례해서 나눠 쓰는데,
매출은 고객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거래처가 40곳이면 영업사원은 시간을 40으로 나눠요.
한 곳에 일주일에 한 번씩 도는 게 공평하니까요.
그런데 그 40곳이 매출에 기여하는 무게는 같지 않아요.
보통 상위 몇 곳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게 만들어요.
나머지를 다 합쳐도 그만큼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시간은 똑같이 나눴는데 매출은 한쪽에 쏠려 있는 거예요.
그럼 그 무게는 어떻게 생긴 걸까요?
📊 거래처마다 무게가 다르다
거래처를 두 축으로 놓고 보면 대략 네 칸으로 나뉘어요.
하나는 지금 매출이 큰가,
다른 하나는 앞으로 더 클 여지가 있는가예요.
문제는 영업 시간이 이 무게와 반대로 흐를 때가 많다는 거예요.
핵심 거래처는 이미 관계가 잘 잡혀 있어서 오래 안 가도 발주가 나와요.
그래서 "굳이 자주 안 가도 되는 곳"이 돼버려요.
반대로 발주가 뜸한 곳은 자꾸 신경이 쓰여요.
"이번엔 살려야지" 하고 또 가게 돼요.
결과적으로 시간이 가장 많이 새는 곳은
매출이 가장 작고 더 클 여지도 작은 칸이에요.
🤔 왜 큰 거래처가 아니라 편한 거래처를 돌까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가 볼게요.
영업사원이 발주가 뜸한 곳을 자주 도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발주가 뜸한 곳에 다시 찾아가는 건
눈에 보이는 행동이거든요.
방문 일지에 한 줄이 남고 회의에서
"그 병원 계속 챙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반면 핵심 거래처에서 매출을 한 단계 더 키우는 일은
훨씬 어렵고 결과도 늦게 나와요.
지금 거래하는 의료진 말고
다른 과 의료진을 새로 뚫어야 하거나
쓰고 있는 제품 옆에
두 번째 제품을 얹어야 하거든요.
쉬운 쪽은 티가 나고 어려운 쪽은 티가 안 나요.
그래서 평가 기준이 "활동량"에 맞춰져 있으면
영업은 티가 나는 쪽으로 시간을 쓰게 돼요.
영업이 시간을 잘못 쓰는 게 아니에요.
회사가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해주지 않은 거예요.
📖 아침부터 그 병원에 있었던 이유
제가 현장에서 영업할 때 쓰던 방식을 그대로 옮겨볼게요.
먼저 병원마다 목표를 새로 정했어요.
병원의 시술수, 현재 매출,
그리고 회사에서 정한 목표를 한 줄로 놓았어요.
시술은 많은데 우리 매출이 작은 곳은
더 들어갈 자리가 있는 거고
시술도 적고 매출도 작은 곳은
지금 무리해서 시간을 쏟을 곳이 아니에요.
그 목표를 기준으로 거래처를 A·B·C로 나눴어요.
A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많으면 두세 번 갔어요.
B는 주 1회 들렀고요.
C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였어요.
그냥 자주 가는 게 아니라
갈 때마다 만날 이유를 만들어서 갔어요.
이번 주에 꼭 만나야 할 진료과와 고객을 먼저 적어요.
그 고객을 만나려면 뭘 들고 가야 하는지를 준비해요.
자료가 있으면 다행이고 없으면 만들었어요.
필요하면 마케팅에 자료를 요청하고
영업팀장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어요.
들고 갈 게 마땅치 않으면 케이스 참관을 하거나
제품이 수술방 제자리에 잘 수납돼 있는지, 빠진 건 없는지 살폈어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방사선사와 같이
병원 안에서 제품을 관리하는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묻기도 했고요.
거래처 중에 제일 큰 곳이 있었는데요.
그 병원은 시술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었어요.
저는 그 요일을 외워두고
그날은 아침 일찍부터 시술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 있었어요.
점심엔 다 같이 구내식당에 갔고 교수님이 밥을 사주셨고요.
오후에 시술이 다시 시작되면 또 참관했어요.
시술이 끝나면 어떤 수술기법을 왜 그렇게 썼는지 물어보면서 시술 노트를 적었어요.
B 거래처는 만날 이유를 만들어 주 1회 이상 갔고
C 거래처는 참관 요청이 오거나 회사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를 알릴 때 갔어요.
핵심은 빈도 자체가 아니에요.
어디에 더 깊이 들어갈지를 미리 정해두고 움직였다는 거예요.
🛠️ 시간을 다시 배분하는 법
그런데 이건 저 한 사람의 방식이었어요.
옆자리 영업사원이 같은 기준으로 거래처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어요.
각자 기준으로 콜을 도니까 사람마다 시간 쓰는 곳이 다 달랐고요.
한 사람이 잘하는 것과 팀 전체가 그렇게 움직이는 건 다른 문제예요.
배분 기준을 회사가 시스템으로 정해야
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요.
(1) 거래처를 두 축으로 나눈다
지난 12개월 매출과 시술수, 회사가 정한 목표로 모든 거래처를 네 칸에 넣어봐요.
감으로 알던 걸 표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쏠림이 보여요.
(2) 관리와 성장에 쓰는 시간을 분리한다
유지 거래처는 방문 주기를 늘리거나 비대면(이메일, 전화)으로 돌려요.
거기서 아낀 시간을 핵심 거래처와 성장 후보로 옮겨요.
(3) 평가 기준을 활동에서 배분으로 바꾼다
"몇 곳을 방문했나"만 보지 않고
"상위 거래처에 시간의 몇 퍼센트를 썼나"를 같이 봐요.
(4) 줄이는 결정을 회사가 내려준다
영업사원은 거래처를 스스로 못 줄여요.
줄이면 책임이 자기한테 오니까요.
줄여도 된다는 결정은 회사가 내려줘야 해요.
지금 우리 회사로 가져가 보면 이런 질문이 돼요.
- 상위 20퍼센트 거래처가 전체 매출의 몇 퍼센트를 만들고 있나요?
- 영업사원이 가장 자주 가는 곳과 매출이 가장 큰 곳이 일치하나요?
- 한동안 발주 없는 곳에 계속 시간을 쓰는 건 누구의 결정인가요?
- 핵심 거래처에서 두 번째 제품이나 다른 과로 넘어가 본 적이 있나요?
- 줄여도 되는 거래처를 줄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회사에 있나요?
영업팀이 바쁜 건 대부분 사실이에요.
문제는 바쁨의 방향이에요.
모두에게 공평한 영업은
가장 클 수 있는 고객에게 가장 불공평해요.
그 고객이 받았어야 할 시간이
매출 없는 곳으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거든요.
우리 영업의 시간은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나요?
그 흐름을 정해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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